
해리포터 시리즈를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한 번쯤 이 영화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는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해리가 히포그리프를 타고 하늘을 가르는 장면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데, 그 시원한 해방감이 신비한 동물사전을 보는 내내 다시 떠올랐습니다. 1926년을 배경으로, 마법 동물학자 뉴트 스캐맨더와 평범한 머글 제이콥이 만들어가는 이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따뜻합니다.
마법 동물들의 세계, 그리고 뉴트 스캐맨더라는 사람
혹시 어릴 때 수의사가 꿈이었던 적 있으신가요? 저는 한때 동물병원 만화를 보고 진지하게 수의사를 꿈꿨습니다. 사람과 대화하는 것보다 말 없는 동물과 교감하는 쪽이 훨씬 편했고, 그들이 주는 위안이 더 컸거든요. 결국 성적 앞에서 현실과 타협했지만, 뉴트 스캐맨더를 보면서 그 시절 감정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덤블도어라는 든든한 조력자 덕분에 좋아하는 동물들 곁에서 살아갈 수 있는 그가 솔직히 부럽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생물들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동물들과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해리포터는 호그와트라는 학교가 중심이다 보니 동물들도 익숙한 형태가 많았는데, 여기서는 아예 상상을 벗어납니다. 뻔뻔한 도벽으로 웃음을 주는 니플러, 공간에 따라 몸집이 달라지는 오캐미, 투명화 능력으로 먹을 것만 보이면 사탕을 훔치는 데미가이즈까지. 그런데 데미가이즈의 모피는 단순한 볼거리가 아닙니다. 투명 망토의 제작 재료로 쓰인다고 알려져 있는데, 해리의 그 투명 망토와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설정이라 해리포터 팬이라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 영화의 원작이 된 책 '신비한 동물사전'은 J.K. 롤링이 자선 목적으로 발간한 마법 동물 도감으로, 수익금 전액이 기부됩니다(출처: J.K. Rowling 공식 사이트). 세계관 안에서는 뉴트 스캐맨더가 1927년에 직접 집필해 현재까지 호그와트의 공식 교과서로 쓰이는 책이기도 합니다. 처음에 워너 브라더스는 이를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1회성 영상으로 만들려 했지만, 롤링이 뉴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시리즈를 제안하면서 지금의 형태가 됐다는 배경도 꽤 흥미롭습니다.
뉴트를 연기한 에디 레드메인은 캐릭터를 위해 실제 야생 동물 추적과 동물원 사육사 관찰을 병행했다고 합니다. 마법 동물학자(Magizoologist)란 마법 세계의 동물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보호하는 직업을 뜻하는데, 에디는 그 직업적 특성을 몸으로 체화하기 위해 에럼펀트 앞에서 구애의 춤을 추는 장면을 준비하다 실제로 사타구니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재밌는 건 롤링이 그 장면 대본에 "뉴트가 짝짓기 춤을 춘다"라고만 적어놨다는 겁니다. 그 어색한 시선 처리와 어벙벙한 걸음걸이, 버벅거리는 말투까지 전부 에디가 스스로 만들어낸 디테일이라고 하는데, 제가 직접 보면서 그 어색함이 캐릭터를 더 진하게 만든다고 느꼈습니다.
- 니플러: 반짝이는 것은 무조건 훔치는 두더지형 동물. 영화 내내 뉴트의 속을 가장 많이 썩임
- 오캐미: 주변 공간에 따라 몸집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새 형태의 동물
- 데미가이즈: 투명화 능력 보유. 모피는 투명 망토 제작에 사용되는 재료
- 그린딜로우: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서도 등장한 수중 마법 동물로, 시리즈 팬들에게 친숙한 존재
- 문카프: 머글들의 밀밭에 미스터리 서클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귀여운 동물
제이콥이라는 노마지가 이 영화의 진짜 심장인 이유
영화를 보면서 "이 사람이 주인공 아닌가?" 싶은 캐릭터를 만난 적 있으신가요? 저는 제이콥 코왈스키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뉴트도 퀴니도 티나도 좋은데, 유독 제이콥 장면에서 눈이 더 갔습니다.
제이콥은 노마지(No-Maj)입니다. 여기서 노마지란 미국식 마법 세계 용어로, 영국에서 머글이라 부르는 비마법사를 뜻합니다. 이 평범한 빵집 꿈나무는 우연히 뉴트의 가방과 자신의 가방이 바뀌면서 이 모든 소동에 말려들게 됩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도망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마법을 보고 놀라기는 하지만, 뉴트가 마법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걸 옆에서 덤덤하게 같이 하고, 신비한 동물들을 보며 눈을 반짝입니다. 기억이 지워지는 게 싫어서 오히려 동물 찾기를 적극적으로 돕는 장면에서는, 이 사람이 단순히 끌려다니는 조연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느꼈습니다.
J.K. 롤링은 제이콥의 캐릭터를 설계할 때 론 위즐리를 연상하며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출처: Wizarding World 공식 사이트). 뉴트와 제이콥의 콤비는 실제로 20세기 초 코미디 듀오였던 스탠 로렐과 올리버 하디의 호흡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이 코믹 이인조(Comic duo)란 개성이 뚜렷하게 다른 두 인물이 함께 상황을 헤쳐나가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주는 구성 방식인데, 뉴트의 조용하고 어벙한 면과 제이콥의 솔직하고 따뜻한 반응이 딱 그렇게 맞아 돌아갑니다.
영화 마지막, 기억을 지우는 비를 맞고 모든 걸 잊었던 제이콥이 퀴니를 다시 마주쳤을 때 보이는 그 표정. 저는 그 장면에서 꽤 오래 멈췄습니다. 공식 설명에 따르면, 기억 삭제 마법은 나쁜 기억을 지우는 방식으로 작용하는데 제이콥에게 뉴트, 티나, 퀴니와의 시간은 나쁜 기억이 아니라 좋은 추억이었기 때문에 결국 다시 떠오르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 설정 하나가 이 영화 전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법사와 노마지 사이의 규칙, 그 금기선을 제이콥이라는 캐릭터 하나로 조용히 허물어 가는 이야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서 제이콥이 없었다면 절반의 온기도 남지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포터 몇 편 이후 이야기인가요?
A. 이후가 아니라 훨씬 이전입니다. 1926년이 배경으로, 해리 포터가 태어나기 54년 전 이야기입니다. 흥미롭게도 볼드모트가 태어난 해가 바로 이 1926년이기도 합니다. 해리포터 세계관의 뿌리를 보고 싶다면 오히려 이 시리즈부터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Q. 노마지와 머글은 같은 뜻인가요?
A. 같은 개념이지만 지역에 따라 다른 표현을 씁니다. 머글(Muggle)은 영국 마법 세계에서 쓰는 단어이고, 노마지(No-Maj)는 미국 마법 사회에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뉴욕이기 때문에 노마지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겁니다.
Q. 뉴트 역 에디 레드메인이 해리포터에 오디션을 봤다는 게 사실인가요?
A. 맞습니다. 비밀의 방에서 톰 리들 역으로 오디션에 참가했지만 대사 한 줄 읽고 바로 탈락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뉴트 스캐맨더 역은 J.K. 롤링이 오디션 없이 처음부터 그를 점찍어 바로 캐스팅했습니다. 이 반전이 꽤 드라마틱하게 느껴집니다.
Q. 영화 마지막에 제이콥이 퀴니를 알아본 이유가 뭔가요?
A. 기억 삭제 마법이 나쁜 기억만 지우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제이콥에게 퀴니, 뉴트, 티나와 함께한 시간은 공포가 아니라 좋은 추억이었고, 그래서 시간이 흐른 후 퀴니를 직접 보자 그 기억이 다시 떠오른 것입니다. 이 설정이 영화 전체 메시지를 가장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외전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봤다가,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는 영화였습니다. 마법 동물들의 신기함도 좋았지만,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개가 학교 중심의 해리포터보다 오히려 더 일상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이콥이라는 캐릭터가 이 영화를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사람 이야기로 만들어 줬습니다.
마법사와 노마지가 함께할 수 없다는 규칙이 있는 세계에서, 제이콥은 그냥 옆에 있었고 끝까지 기억을 붙들었습니다. 그게 이 영화가 남긴 가장 따뜻한 장면이었습니다. 아직 못 보셨다면, 해리포터 팬이 아니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