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성공한 삶이 정말 잘 산 삶일까요. 영화 <패밀리맨>을 보면서 저는 처음으로 그 전제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잭의 월스트리트 삶이 나쁘지 않아 보였거든요. 은색 페라리, 화려한 커리어, 그리고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그런데 이 영화는 끝까지 보고 나서야 진짜 질문을 던진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선택에는 항상 포기가 따르고, 그 포기가 어느 날 불쑥 당신 앞에 나타날 수 있다고요.
후회와 미련, 그 미묘한 차이
타임머신이 있다면 뭘 하겠냐는 질문을 가끔 스스로에게 합니다. 저 같으면 아마 복권을 사거나 주식을 살 것 같습니다. 백 투 더 퓨처에서는 그런 행동을 시간선을 망가뜨리는 위험한 행위로 규정하지만, 솔직히 제 경우엔 그냥 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그때 그 사람에게 좀 더 솔직하게 말했을 수도 있고, 지금과 전혀 다른 직업을 선택했을 수도 있겠죠. 가끔 이런 상상을 하다 보면 어느새 후회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잭도 처음에는 비슷한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13년 전 케이트와의 이별, 런던행을 선택한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미련이 있다고 했죠. 저는 이 차이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후회(regret)란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고 판단하는 것이고, 미련이란 다른 가능성에 대한 상상을 완전히 놓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여기서 후회란 과거 선택의 결과가 현재에 끼친 부정적 영향을 인지하며 그 선택을 되돌리고 싶어하는 감정을 말합니다. 두 가지는 분명히 다릅니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습니다. "그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야."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문장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과거의 저는 그 시점에서 가진 정보와 감정으로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사실, 그걸 인정하는 순간 자책이 조금은 옅어집니다. 잭도 그랬을 겁니다. 런던에 가기로 한 건 무책임한 선택이 아니라, 그 당시의 잭이 가진 가치 체계 안에서는 충분히 합리적인 결정이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잭이 선택하지 않은 삶 속으로 던져지는 순간, 그 삶이 단순한 가정(假定)이 아니라 질감 있는 현실로 다가옵니다. 아이들의 온기, 케이트의 손길, 매일 아침 어수선한 집 안의 소음들. 이 영화가 진짜 무서운 이유는 그 삶이 나쁘지 않다는 걸 잭보다 먼저 관객이 느끼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 후회(regret): 선택이 틀렸다고 판단하며 되돌리고 싶어하는 감정
- 미련: 다른 가능성의 삶을 완전히 놓지 못하는 상태 —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
- 자책 없이 선택을 받아들이려면 "그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인정이 먼저 필요
기회비용과 삶의 가치, 정답은 없다
경제학에서는 어떤 선택을 했을 때 포기하는 것들의 가치를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기회비용이란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다른 대안을 포기할 때 발생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을 의미합니다. 잭이 런던행을 선택했을 때 포기한 것은 케이트와의 삶이었고, 반대로 케이트를 선택했다면 포기해야 했던 건 월스트리트에서의 커리어였습니다. 어느 쪽이 더 크냐는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 사람이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엔 솔직히, 영화 중반까지는 잭의 원래 삶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봤습니다. 일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 커리어에서 오는 성취감, 그런 것들이 저한테도 꽤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잭이 면접 현장에서 타이어 가게 영업 경험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며 거물 투자자 앞에서도 밀리지 않는 장면이 오히려 통쾌하게 느껴졌습니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입니다. 월스트리트든 메인스트리트든, 결국 사람 이야기입니다." 이 대사가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싶었던 포인트입니다. 어떤 삶의 형태가 더 우월하다는 게 아니라, 핵심은 그 삶 안에서 무엇과 연결되어 있느냐는 것이죠.
그런데 케이트의 반응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잭이 뉴욕으로 돌아갈 기회를 잡았다고 흥분하는 순간, 케이트는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해가 안 됐는데, 생각해보면 케이트는 이미 그 삶의 가치 체계를 정해둔 사람이었습니다. 가족과의 관계 안에서 오는 안정감(attachment security),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의 소속감. 심리학에서 말하는 애착 안정감이란 가까운 관계에서 정서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상태를 뜻하는데, 케이트는 이미 그것을 삶의 중심에 놓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 가지 의문이 남았습니다. 케이트가 정말로 그 가치를 그토록 중요하게 여겼다면, 13년 전 잭을 런던으로 보낼 때 조금 더 강하게 붙잡았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함께 따라갔거나요.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라는 말이 있습니다. Birth와 Death 사이의 Choice, 즉 우리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뜻입니다. 그 선택의 순간에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말하지 못한 채 상대방의 결정을 기다린다면, 그 미련의 책임도 절반은 자신에게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는 케이트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제가 직접 겪어보니 말하지 않은 마음은 상대에게 닿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결국 잭은 승진도, 복귀도 포기하고 케이트에게 달려갑니다. 이 장면에서 흥미로운 건 잭이 처음으로 자신의 언어로 설명한다는 점입니다. 수치나 실적이 아니라, 아이들 눈빛과 집의 온도와 아직 다 못한 이야기들로. 그제서야 말이 진심처럼 들렸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잘 갖춰진 논리보다 진짜 감정이 담긴 문장이 훨씬 더 오래 남는다는 걸 압니다. 잭의 마지막 고백이 그랬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패밀리맨은 실제로 어떤 내용인가요?
A. 크리스마스 이브에 월스트리트 투자 전문가 잭이 잠에서 깨어나 보니 13년 전 헤어진 연인 케이트와 결혼해 아이들과 살고 있는 삶으로 들어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선택하지 않은 삶을 살아보며 진정한 행복이 어디서 오는지를 돌아보게 되는 영화로, 2000년에 개봉한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작품입니다. 저는 이 영화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선택과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꽤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Q. 후회를 줄이려면 어떻게 선택해야 하나요?
A. 행동경제학에서는 선택 이후 발생하는 후회를 줄이려면 선택 당시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제 경험상 후회는 선택 자체보다 선택 당시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랐을 때 더 크게 찾아왔습니다. 최소한 그 선택에 스스로 책임을 지면서 살겠다는 태도가 자책을 줄이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습니다.
Q.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이 실생활 선택에도 적용되나요?
A. 네, 기회비용은 경제학 교과서 안에만 있는 개념이 아닙니다. 커리어를 선택할 때, 관계를 유지하거나 포기할 때, 매일의 시간 배분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기회비용을 치르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포기한 것의 가치를 인정하되, 그것 때문에 선택한 것의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잭이 결국 케이트에게 달려가는 장면도 그런 선택이었습니다.
Q. 과거 선택에 대한 자책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A. 심리학적으로는 자기 연민(self-compassion) 연습이 과도한 자기비판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Center for Mindful Self-Compassion). 자기 연민이란 자신의 실수나 실패를 타인에게 하듯 따뜻하게 바라보는 태도를 말합니다. 제가 실제로 해보니, "그때 나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소리 내어 말하는 것만으로도 과거의 선택을 조금 다르게 볼 수 있었습니다. 과거의 나를 너무 다그치면, 그 자책이 현재의 선택까지 흐리게 만듭니다.
결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제가 오래 붙잡고 있었던 건 잭의 선택이 아니라, 저 자신의 선택들이었습니다. 그때 좀 더 용기를 냈더라면, 그 말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엔 잭처럼 성공한 삶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끝을 보고 나니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다만 저는 케이트처럼 가족의 가치를 택한 삶이 더 옳다고 단정 짓고 싶지도 않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떤 삶을 선택하느냐보다 그 선택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책임지며 사는 것이라고 정리가 됩니다. 후회는 과거를 바꾸지 못하지만,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은 아직 제 손 안에 있으니까요.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패밀리맨>을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 단순한 크리스마스 영화가 아니라, 꽤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