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1 가타카 (유전자 차별, 인간의 의지, 생명 윤리) 당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당신의 한계가 이미 정해진다면, 그래도 꿈을 꿀 수 있을까요? 저는 병원에서 일하면서 이 질문을 꽤 자주 떠올렸습니다. 유전병을 안고 태어난 아이들, 그리고 그 곁에서 평생을 버텨내는 가족들을 지켜보면서요. 1997년작 SF 영화 《가타카》는 그 질문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지금 봐도 불편하고, 지금 봐도 묵직합니다.유전자 차별 — 미래 이야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영화 속 세계에서는 태어난 아기의 피 한 방울로 수명과 질병 발병률, 심지어 성격 성향까지 예측합니다. 이걸 '유전자 프로파일링(Genetic Profiling)'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유전 정보를 분석해 개인의 건강 및 능력치를 수치화하는 기술입니다.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는 '부적격자(In-valid)'로, 인공수.. 2026. 6. 30. 굴뚝 마을의 푸펠 리뷰(별을 보는 용기, 현실의 벽, 어른의 꿈) 솔직히 저는 그림책과 애니메이션이 이게 저한테 이렇게 꽂힐 줄은 몰랐습니다. 굴뚝 마을의 푸펠은 표면적으로는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읽고 나서 한참 동안 멍하게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하늘을 날고 싶다고 했던 제가, 지금은 로또 1등이 꿈이 됐다는 걸 문득 깨달았거든요. 언제부터 위를 보지 않고 아래만 보게 된 걸까요.별을 보는 용기 — 올려다보는 것조차 잊은 우리에게굴뚝 마을 사람들은 하늘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릅니다. 연기가 워낙 빽빽하게 덮여 있으니 올려다볼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거죠. 저는 이 설정을 보면서 엄마랑 언니와 함께 옥상에 누워 별을 바라보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본 밤하늘이 정말 아름다웠는데, 지금 저는 그 별을 마지막으로 언제 올려다봤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 2026. 6. 29. 가위손 (눈의 의미, 미완성 존재, 닿을 수 없는 사랑) 저는 남쪽 지방에 살아서 겨울에도 눈이 거의 오지 않습니다. 쌓인 눈을 제대로 본 게 손에 꼽을 정도니까요. 그래서인지 눈을 볼 때마다 어린아이처럼 들떠서 뽀드득 소리를 즐기게 됩니다. 그 눈이 사실 누군가의 슬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름다움과 애잔함이 동시에 밀려옵니다. 팀 버튼 감독의 1990년작 은 바로 그 눈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눈의 의미 — 아름다움은 언제나 슬픔과 함께 온다영화는 손녀가 묻는 한 마디로 시작합니다. "할머니, 왜 눈이 와요?" 그 질문에 할머니가 꺼내는 이야기가 바로 에드워드의 일생입니다. 처음에 저도 이 도입부가 좀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동화책을 읽어주는 목소리처럼 느릿느릿 시작하는 방식이 현대 영화에 익숙한 눈에는 조금 올드하게 다가왔거든요.그런데 직접 끝까지 .. 2026. 6. 28.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