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1 원더 (안면 기형, 다중 시점, 편견과 친절) 형제자매 중 한 명이 더 많은 관심을 받을 때, 나머지는 괜찮은 척하는 법을 먼저 배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언니가 아프고 느리고 자주 울었던 탓에, 저는 일찍부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아이'가 되는 게 익숙해져 버렸거든요. 2017년 영화 원더를 보면서 그 감각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안면 기형 장애를 가진 열 살 소년 어기의 이야기인데, 정작 제 마음을 가장 세게 건드린 건 어기의 누나 비아였습니다.다중 시점 서사가 건드린 것들는 안면 기형(craniofacial anomaly), 즉 두 개안면 기형을 갖고 태어난 어거스트, 별명 어기의 첫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여기서 안면 기형이란 두개골과 얼굴뼈의 발달 이상으로 외형이 표준적인 범위를 크게 벗어난 상태를 말하며, 어기는 태어나서 10살.. 2026. 7. 23. 업 (오프닝 시퀀스, 여행과 삶, 모험의 의미) 솔직히 저는 처음에 이 영화를 "그냥 할아버지가 풍선 달고 날아가는 애니메이션"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말문이 막혔죠. 픽사의 2009년 작품 은 애니메이션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입니다. 단순한 어린이 영화라고 보다가 오프닝 4분 만에 눈물을 흘리게 되는 작품이 몇 개나 될까요. 이 글은 그 오프닝이 왜 그렇게 강렬한지, 그리고 이 영화가 여행과 삶에 대해 뭘 말하려는 건지를 제 경험과 함께 풀어본 기록입니다.오프닝 시퀀스 — 말없이 전부 말하는 4분영화가 시작되면 소년 칼과 소녀 엘리가 만납니다. 둘 다 탐험가 찰스 먼츠를 동경하는 팬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이어진 사이죠. 그런데 저는 이 설정에서 뭔가를 느꼈습니다. 소심하고 말 없는 칼과 활달하고 에너지 .. 2026. 7. 18. 신비한 동물사전 (마법 동물, 제이콥, 뉴트 스캐맨더) 해리포터 시리즈를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한 번쯤 이 영화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는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해리가 히포그리프를 타고 하늘을 가르는 장면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데, 그 시원한 해방감이 신비한 동물사전을 보는 내내 다시 떠올랐습니다. 1926년을 배경으로, 마법 동물학자 뉴트 스캐맨더와 평범한 머글 제이콥이 만들어가는 이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따뜻합니다.마법 동물들의 세계, 그리고 뉴트 스캐맨더라는 사람혹시 어릴 때 수의사가 꿈이었던 적 있으신가요? 저는 한때 동물병원 만화를 보고 진지하게 수의사를 꿈꿨습니다. 사람과 대화하는 것보다 말 없는 동물과 교감하는 쪽이 훨씬 편했고, 그들이 주는 위안이 더 컸거든요. 결국 성적 앞에서 현실과 타협했지만, 뉴트 스캐맨더를 보면서 그 시절 감정이.. 2026. 7. 14. 세 얼간이 (진로 고민, 경쟁 사회, 란초)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이거 한 번 봐봐"라며 틀어주셨던 영화가 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인도 영화라는 것만으로 살짝 거부감이 있었는데, 두 시간이 지나고 나서 조용히 울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 영화가 바로 2009년 인도에서 개봉하고 한국에서는 2011년에 소개된 입니다. 진로를 두고 가장 많이 흔들리던 시절에 봤던 탓인지, 지금도 이 영화를 떠올리면 그때 제 마음이 고스란히 되살아납니다.진로 고민 — 영화 속 캐릭터가 낯설지 않았던 이유이 영화의 구조는 플래시백 내러티브(Flashback Narrative)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플래시백 내러티브란,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교차로 전달하는 서사 기법을 말합니다. 주인공들이 10년 만에 친구 란초를 찾아 떠나는 .. 2026. 7. 14. 브리짓 존스의 일기 (공감, 자존감, 현실연애) 30대가 되고 나서 이 영화를 다시 봤더니, 전엔 그냥 웃겼던 장면들이 갑자기 가슴을 찔렀습니다. 언제 짤릴지 모르는 직장, 사내연애는 부담이고 연애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지는 요즘, 브리짓 존스는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 있었습니다. 이 글은 영화 속 브리짓의 선택들을 좀 더 냉정하게 뜯어보고, 왜 이 이야기가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람들을 붙잡는지 저 나름의 시선으로 풀어봤습니다.32살 브리짓의 전략, 공감이 되는 이유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충효일기를 나눠줬습니다. 칸칸이 나뉜 그 일기장 맨 아래에는 생활수칙 같은 게 인쇄돼 있었고, 선생님은 조원 전원이 일기를 써오면 스티커를 주셨습니다. 스티커 10장을 모으면 피자를 사주신다고 했죠. 근데 저는 그게 정말 싫었습니다. 매일매일이 똑같이 지루한데 .. 2026. 7. 13. 브루스 올마이티 (신의 능력, 자유의지, 기적) 만약 신이 당신에게 "해봐, 네가 한번 해봐"라고 자리를 내줬다면 — 과연 세상이 더 나아질까요? 브루스 올마이티는 2003년 짐 캐리 주연으로 개봉한 코미디 영화지만, 보고 나면 의외로 묵직한 질문이 남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웃다가 어느 순간 뚝 멈췄습니다. 주인공이 신을 향해 원망을 퍼붓는 장면이, 제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의 감정과 너무 닮아 있었거든요.신의 능력을 손에 쥔다면 — 자유의지의 벽브루스 놀란은 지역 뉴스 리포터입니다. 특종을 노리지만 매번 웃긴 분장이나 하고, 가장 얄미운 라이벌 에반의 뉴스가 황금 시간대를 차지하죠. 생방송 기회를 얻었지만 앵커 교체 소식에 멘털이 무너져 방송 사고를 치고 결국 해고됩니다. 그날 브루스는 거리에서 신을 향해 원망을 쏟아냅니다.그.. 2026. 7. 11.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