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봤던 영화를 어른이 돼서 다시 보면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최근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다시 봤는데, 기억 속의 달콤하고 신기한 판타지가 아니라 어딘가 묘하게 불편한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황금 티켓의 설정부터 윌리 웡카의 행동 방식까지, 어릴 땐 당연하게 넘겼던 것들이 지금은 전혀 다른 감상을 불러옵니다.황금 티켓과 팩트: 알고 보면 더 흥미로운 제작 이야기윌리 웡카가 전 세계 다섯 명을 초콜릿 공장에 초대하기 위해 뿌린 황금 티켓(Golden Ticket). 여기서 황금 티켓이란 웡카 초콜릿 포장지 안에 무작위로 삽입된 초대장으로, 단 다섯 장만 존재하는 극도로 희귀한 당첨권을 의미합니다. 저는 솔직히 이 설정이 지금도 꽤 영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직장에서 싫은 소리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이게 진짜 나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 적이 있습니다. 저도 병원에서 일하면서 환자분을 타이르고 화도 내다가, 집에 오면 '내가 너무했나' 싶어 멍하니 앉아 있곤 했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다시 꺼내 본 영화가 《주먹왕 랄프》였는데, 30년째 건물을 부수는 악당 캐릭터가 던지는 질문이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습니다.역할 정체성 — 프로그램대로 살아온 30년랄프는 게임이 시작될 때마다 건물을 부수고, 펠릭스는 그것을 고치며 메달을 받습니다. 두 캐릭터 모두 자신의 역할 정체성(Role Identity)에 따라 정확하게 움직입니다. 여기서 역할 정체성이란 특정 사회적 위치에서 반복적으로 수행하게 되는 행동 패턴이 자아 개념과 결합된 상태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
형제자매 중 한 명이 더 많은 관심을 받을 때, 나머지는 괜찮은 척하는 법을 먼저 배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언니가 아프고 느리고 자주 울었던 탓에, 저는 일찍부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아이'가 되는 게 익숙해져 버렸거든요. 2017년 영화 원더를 보면서 그 감각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안면 기형 장애를 가진 열 살 소년 어기의 이야기인데, 정작 제 마음을 가장 세게 건드린 건 어기의 누나 비아였습니다.다중 시점 서사가 건드린 것들는 안면 기형(craniofacial anomaly), 즉 두 개안면 기형을 갖고 태어난 어거스트, 별명 어기의 첫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여기서 안면 기형이란 두개골과 얼굴뼈의 발달 이상으로 외형이 표준적인 범위를 크게 벗어난 상태를 말하며, 어기는 태어나서 10살..
솔직히 저는 처음에 이 영화를 "그냥 할아버지가 풍선 달고 날아가는 애니메이션"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말문이 막혔죠. 픽사의 2009년 작품 은 애니메이션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입니다. 단순한 어린이 영화라고 보다가 오프닝 4분 만에 눈물을 흘리게 되는 작품이 몇 개나 될까요. 이 글은 그 오프닝이 왜 그렇게 강렬한지, 그리고 이 영화가 여행과 삶에 대해 뭘 말하려는 건지를 제 경험과 함께 풀어본 기록입니다.오프닝 시퀀스 — 말없이 전부 말하는 4분영화가 시작되면 소년 칼과 소녀 엘리가 만납니다. 둘 다 탐험가 찰스 먼츠를 동경하는 팬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이어진 사이죠. 그런데 저는 이 설정에서 뭔가를 느꼈습니다. 소심하고 말 없는 칼과 활달하고 에너지 ..
해리포터 시리즈를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한 번쯤 이 영화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는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해리가 히포그리프를 타고 하늘을 가르는 장면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데, 그 시원한 해방감이 신비한 동물사전을 보는 내내 다시 떠올랐습니다. 1926년을 배경으로, 마법 동물학자 뉴트 스캐맨더와 평범한 머글 제이콥이 만들어가는 이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따뜻합니다.마법 동물들의 세계, 그리고 뉴트 스캐맨더라는 사람혹시 어릴 때 수의사가 꿈이었던 적 있으신가요? 저는 한때 동물병원 만화를 보고 진지하게 수의사를 꿈꿨습니다. 사람과 대화하는 것보다 말 없는 동물과 교감하는 쪽이 훨씬 편했고, 그들이 주는 위안이 더 컸거든요. 결국 성적 앞에서 현실과 타협했지만, 뉴트 스캐맨더를 보면서 그 시절 감정이..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이거 한 번 봐봐"라며 틀어주셨던 영화가 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인도 영화라는 것만으로 살짝 거부감이 있었는데, 두 시간이 지나고 나서 조용히 울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 영화가 바로 2009년 인도에서 개봉하고 한국에서는 2011년에 소개된 입니다. 진로를 두고 가장 많이 흔들리던 시절에 봤던 탓인지, 지금도 이 영화를 떠올리면 그때 제 마음이 고스란히 되살아납니다.진로 고민 — 영화 속 캐릭터가 낯설지 않았던 이유이 영화의 구조는 플래시백 내러티브(Flashback Narrative)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플래시백 내러티브란,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교차로 전달하는 서사 기법을 말합니다. 주인공들이 10년 만에 친구 란초를 찾아 떠나는 ..